만 나이 술, 담배는 어떻게? 만나이 아닌 연나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 나이 술, 담배는 어떻게? 만나이 아닌 연나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6월부터 사법관계와 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 사용이 통일되는 가운데 술이나 담배 구매 등 혼란이 있지는 않을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2월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만 나이 사용을 명확히 규정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지요.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어고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됩니다. 그래서 2022년 12월 27일 정부가 공포한 '만(滿) 나이 통일법'이 오는 6월 28일부터 시행됩니다. 현재 법령상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 살로 여겨, 매 해 한 살씩 증가하는 이른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법률에선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만나이와 술, 담배 관련하여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만나이로 인해서 변화되는 것들은?

'만 나이 통일'은 국내에서 여러 가지 나이 계산법이 뒤섞여 쓰이면서 생기는 혼선과 각종 법적·행정적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었습니다.

나이 셈법이 만 나이로 통일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사실상 정년이 연장되는 것인지,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기는 늦춰지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정년이 늦춰지고 초등학교 입학 시기도 늦어진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나이 계산법은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등 모두 3종류입니다. 일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세는 나이는 출생일부터 1살로 계산하지요. 이어 다음 해 1월 1일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1살씩 증가하는 식입니다. 이러다 보니 극단적인 예로 생일이 12월 31일인 사람은 태어난 다음 날이면 두 살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요.

세는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이해

만 나이는 출생일을 기점으로 실제 산 날짜를 집계합니다. 태어난 시점부터 생후 1주일, 100일, 6개월 식으로 따지다가 다시 생일이 도래해 1년(돌)이 됐을 때 비로소 1살이 되는 방식이죠. 만 나이는 국제적으로 많이 통용되는 방식입니다.

연 나이는 일상에선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 등을 위해 일부 법령에서 적용하는 개념입니다. 생일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서 계산하니까요.

6월 말부터 시행되는 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 및 민법 일부개정법률)은 각종 법령, 계약, 공문서 등에서 표시된 나이를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해석한다는 내용입니다.

'행정기본법' 개정안에 새로 추가된 나이 계산 조문

개정된 행정기본법은 "행정에 관한 나이 계산은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 나이로 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어 행정상 나이를 따질 때는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개정 민법에서도 나이의 계산을 만 나이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 민법 내에서 나이 표기를 '○○세'와 '만 ○○세'의 두 가지를 혼용해 쓰던 것을 '만' 없이 '○○세'로 통일했습니다.

그러나 만 나이로 통일된 후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많지 않을 전망입니다. 민법상 나이는 이미 예전부터 만 나이를 의미했고, 다른 법에서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준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만 나이 통일 조치는 법률과 행정에 쓰이는 나이 계산법을 종전과 다르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 나이를 적용해오던 것을 '재확인'하는 조치에 가까우니까요. 세는 나이는 일반적인경우에 쓰고 대부분 문서에서는 만나이로 계산하면서 살아왔으니까요.

지금까지도 법률이나 공문서상 나이는 모두 만 나이를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세는 나이의 영향력이 드세다 보니 '만'이란 글자가 명기돼 있지 않으면 법조문이나 계약서에 적힌 나이를 세는 나이로 받아들여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민법 조문 내에서도 '만 ○○세'와 '○○세'란 표현이 뒤섞여 쓰인 점도 이런 혼란에 야기하고 있었구요.

일례로 과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자동차 보험계약 시 연령한정 운전특약의 적용연령을 두고 분쟁이 있었ㅡ습니다. 보험 약관상 만 나이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에 대한 별도 설명이 없어 고객은 세는 나이로 해석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이 적지 않게 발생했어요.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는 사태 초기 예방접종을 앞두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비(非)권장 나이가 '30세 미만'이라고 고지되자 기준이 세는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만 나이 법제화는 이런 불필요한 분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령을 명확하게 하고 만 나이를 성문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만나이는 이미 정년이나 국민연금 수령개시 시점에 적용되고 있어서 '정년이 연장된다'거나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점이 늦어진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교통비 지원 개시가 늦어진다' 등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인셈이죠.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이미 만 나이로 따지고 있어서 개정법 시행 후에도 기존과 달라지는건 없어요.

2.  만 나이가 되면서 군대 가는 나이, 술과담배 사는 나이에는 연 나이 유지하되 추가 검토 진행

모든 법령이 만 나이를 기준으로 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법령은 연 나이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 나이로 통일하는 김에 연 나이도 모두 만 나이로 바꾸면 좋을 듯하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네요.

법제처가 현재까지 파악한 연 나이 규정 법령은 모두 62개이라고 합니다.

국가행정법제위원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연 나이 규정 법령 정비 필요성 및 정비 방안'에 따르면 이들 법령은 크게 ▲ '청소년 보호법' 관련 ▲ '병역법' 관련 ▲ 시험응시 나이와 교육 관련 등 3대 범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들 법령이 연 나이 규정을 사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청소년 보호법입니다. 이 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문언을 다시 풀이하면 '연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 만나이 술, 담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연 19세가 되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여전히 만 18세여서 청소년으로 간주되는 폐단을 없애고자 지난 2001년 5월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의 정의를 만 나이에서 연 나이로 바꾼 것입니다.

 

연나이로 바꾸게 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과거 만 나이 체제에선 대학에 들어가 선배들과 술집에 가면 생일이 지나지 않은 신입생은 법률상 청소년이라서 술을 마실 수가 없습니다. 만 나이로 하면 또래 집단이라도 생일이 언제냐에 따라 규정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연 나이로 바꿔서 같은 또래면 같은 대우를 하겠다는 취지니까요. 만나이 술 만나이 담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 연나이 규정을 따라야 하는 법령들
청소년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령들은 모두 청소년 보호법과 같이 연 나이 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담배사업법', '식품위생법', '전기통신사업법',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등이 비슷한 예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법령을 무리하게 만 나이로 바면 만나이 술과 만나이 담배같은 말이 또 나오게 됩니다.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청소년의 활동 중 술, 담배외에 복권이나 농약 구입 등은 또래 집단의 행위라기보다는 개별적인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연 나이를 없앨수도 있다고 합니다.

병역법도 연령을 연 나이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2조 2항에서 "이 법에서 병역의무의 이행시기를 연령으로 표시한 경우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19세가 되는 해"에 병역판정 검사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병역법이 1949년 8월에 제정됐을 당시엔 만 나이로 규정됐으나 1957년 8월 전부 개정되면서 연 나이로 바뀐 상태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병력자원을 연도별로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병무 행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국적법령', '여권법령' 등 병역법상 병역 의무와 관련한 규정이 들어간 법령도 병역법을 따라 연 나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응시와 교육 관련 분야에도 연 나이 법령이 있습니다. 이 중 '공무원임용시험령'에선 "공무원의 채용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최종시험예정일이 속한 연도"에 7급 이상은 20세 이상, 8급 이하는 18세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이때 20세, 18세는 만 20세, 만 18세를 가리키는데, '해당 연도에 만 20세, 만 18세가 되는 이들'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연 20세, 연 18세를 뜻합니다.

 

금융 관련 법령 및 관련 규정 등에서는 ‘만 나이를 명시’하고 있거나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민법상 기간 규정’에 따라 만 나이로 해석하고 있어, 금융권 업무 및 금융거래나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가령 은행권 고령금융소비자 보호 지침에는 만 65세 이상을 고령소비자로 정의합니다. 또 신용 카드 발급 및 이용 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 규준에는 신용카드 발급 자격을 만 18세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나이와 연나이가 구별되는 이러한 법령과 관련해서 정부는 2023년내에 국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필요하면 개정한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